▲ 축구선수 강수일 ⓒ 위키백과
축구선수 강수일은 한국축구에서 독특한 배경과 파란만장한 커리어를 동시에 지닌 선수다. 한국축구에서는 보기드문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한때 K리그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이며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하는 등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를 쓰는 듯 했으나, 미숙한 자기관리로 인하여 한순간에 몰락해버린 유망주의 대표적인 사례로도 언급된다.
강수일은 2007년 K리그 드래프트 번외지명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포항 스틸러스와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치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포항 소속으로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2015 AFC 아시안컵 대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장면은 큰 화제가 됐다. 손흥민-이청용-한교원-김민우-남태희등 당시 쟁쟁한 선수들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최종명단에 오르는데는 실패했지만 강수일의 이름이 축구팬들에게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강수일이 만일 대표팀으로 A매치에 나섰다면 혼혈 선수로는 드물게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출전했던 장대일에 에 이어 역대 2번째가 될뻔했다.
강수일은 친정팀 제주로 복귀했던 2015년에도 5월까지 리그에서 5골을 터뜨리며 득점랭킹 5위에 오르는 등 좋은 활약을 이어갔고, 6월에 예정된 UAE와의 평가전과 미얀마와의 월드컵 지역예선에 나서는 대표팀 명단에 다시 발탁됐다. 기량이 한창 전성기에 돌입한 무렵인데다 이번에야말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뜻밖의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강수일은 A매치를 앞두고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머리에 발모제를 바른 것이 적발되어 양성반응이 나와서 대표팀에서 중도하차했다. 발모제같은 경우 스테로이드같은 금지약물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에게는 금기나 마찬가지다. 프로축구연맹은 강수일에게 K리그 15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소속팀에게도 큰 민폐를 끼쳤다.
하지만 진짜 결정타는 음주운전이었다. 같은해 8월 강수일은 의정부에서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충돌사고를 일으키며 경찰에 적발되었다. 강수일이 음주운전을 저지른 시점은 도핑파문으로 인하여 K리그의 징계가 내려진지 불과 2주도 지나지않았던 시점이었다.
음주운전 자체도 중범죄지만 강수일은 자칫 타인의 인명피해로 이어질수도 있었던 접촉사고까지 일으켰고, 경찰조사 당시 처음에는 운전자를 바꿔치기하여 사실을 은폐하려다가 수상함을 느낀 경찰의 추궁으로 결국 뒤늦게야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강수일은 구단에 관련사실을 제대로 보고도 하지않고 한동안 잠적까지 했다.
도핑파문 때만해도 사실 축구팬들의 여론은 고의성보다는 단순한 부주의에 초점이 맞춰지며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해줘야한다는 동정론도 많았다. 하지만 음주운전 이후 강수일을 바라보는 팬들의 여론은 완전히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분노한 제주 구단은 불과 하루만에 강수일에 대한 임의탈퇴를 결정하며 사실상 국내 축구계에서 퇴출시켰다. 불과 몇 달전까지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팀 승선까지 거론되던 유망한 선수가 이렇게 한순간에 추락한 경우도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한국에서 축구선수로서 활동할수 있는 길이 막힌 강수일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7년 일본 J2리그 자스파구사츠 군마와 계약을 맺으며 선수생활을 다시 이어나갔다.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태국 프리미어리그(1부) 랏차부리 미트르 폴에서 활약하며 팀내 득점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수일은 최근 원소속팀이던 제주 구단과 상호 합의하에 임의탈퇴 신분을 철회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를 공시하면서 자유 계약(FA) 신분으로 한국무대에 다시 복귀할수 있는 길이 얼렸다. 2015년 8월 28일 임의탈퇴 공시를 받은 지 무려 5년 4개월 여 만이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강수일은 국내무대에서 다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싶다는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강수일의 복귀 추진은 축구팬들에게 엇갈린 평가를 자아낸다. 시간이 어느덧 5년이나 흘렀으니 그 정도면 자숙은 충분히 했다는 동정론도 있지만, 그의 죄질을 감안하면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전 메이저리거였던 야구선수 강정호의 사례는 강수일과 비교될만하다. 강정호는 지난 2016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며 큰 물의를 일으켰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과거에도 이미 두 차례나 음주운전을 저질렀다는 사실까지 추가로 밝혀지며 여론은 더 악화됐다.
당시 강정호는 "야구로 속죄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오히려 여론만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정호는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고 몇 년후 메이저리그에서도 끝내 퇴출되며 순탄하던 야구인생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친정팀 히어로즈를 통하여 국내 복귀까지 타진했으나, KBO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거센 반발 여론에 밀려 결국 복귀를 철회해야했다.
강수일의 경우 강정호만큼 인지도가 높은 선수가 아니라는 점과, 음주운전 적발은 처음이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본질은 사실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음주운전이 적발되기전에 이미 다른 사건(도핑-성폭행 논란)에 연루되어 자숙해야할 시점에서 또 사고를 쳤다는 점, 심지어 사건을 은폐하려들거나 동승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했던 과정, 사건 이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시기마저 한참 놓친 타이밍까지 모두 흡사하다. 나이를 먹고 해외에서도 뛸 수 있는 기회가 막히게 되면서 은근슬쩍 조용히 국내 복귀를 시도하는 것 역시 순수한 의도로만 보기는 힘들다.
국내에서 음주 관련 사건사고를 바라보는 인식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운동만 잘하면 그밖의 실수는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 분위기였다면, 오늘날에는 선수의 실력보다도 인성과 태도를 더 강조하는 시대다. 과거 한때 각종 '사건사고의 아이콘'으로 불리우며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던 이천수는 K리그 구단과 팬들의 용서를 받기 위하여 일일이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야 겨우 복귀할수 있었다. 강수일은 단 한번도 그 정도의 노력과 진정성을 보여준 일이 없다.
강수일이 국내 복귀를 타진한다고 해도 이미 나이가 적지않은데다 좋지않은 이미지까지 간직하고 있는 선수를 받아줄 K리그 구단이 과연 나올지는 미지수다. 사과와 속죄에도 때가 있다. 이제 와서 시간이 흘렀다고 다시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싶다는 강수일의 바람을, 과연 상식적인 일반 팬들의 눈높이에서 얼마나 공감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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