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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한 인터뷰] 85억 받은 '수비 장인' 허경민…야구 재미가 '더 큰 연봉'이죠 - 한겨레

‘FA 대박’ 두산 베어스 허경민
두산?내야수?허경민이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두산?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두산?내야수?허경민이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두산?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야구가 좋았다. 마냥 좋았다. 어머니는 말렸다.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은 게 야구”라면서. 그래도 했다. 좋으니까. 혼자서 벽치기(공을 벽에 던지고 받는 것) 하면서 연습했다. 초등학교 때는 막연하게 박찬호처럼 메이저리거가 되고도 싶었다. 비록 빅리거는 되지 못했지만 그는 자유계약(FA)선수로 두산 베어스 구단 역사상 가장 긴 계약 기간(7년)과 총액(85억원)을 보장받았다. 85억원은 총액 면에서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액이다. 그는 구단 몰래 잠실 구내식당 주방 아주머니들께 회식비 봉투를 드리는 등 마음 씀씀이도 큰 선수다. 야구장 안팎의 모범적 모습이 계약에 반영됐다. 1월 중순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던 ‘원클럽맨’ 허경민(31)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열 여덟, 청소년 대표가 되다
그는 마른 체형(176㎝ 69㎏)이다. 어릴 적에도 그랬다. 탄탄한 기본기가 체격에 가렸다. “너무 왜소해서 ‘야구를 잘한다’는 말보다 ‘야구를 예쁘게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그다. “너의 신체조건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까지 들었다. 스스로도 ‘이 체격으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착실히 실력을 키웠다. 이런 노력 덕에 광주일고 1학년 때부터 서건창(현 키움 히어로즈)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수비가 발군이었다는 얘기다. 청소년 대표(2008년)에도 뽑혔다. 허경민은 “그때 너무 꿈만 같았다. 오지환, 안치홍, 김상수 등 전국에서 ‘우~와’했던 애들이 다 모였고 일생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데 그걸 해냈다는 게 정말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스물, 경찰청에 지원하다
두산에 2차 1라운드로 신인 지명되면서 처음 가족과 떨어졌다. 광주에서 서울로 ‘나 홀로’ 상경하며 챙긴 것은 방망이 두 자루와 글러브 한 개, 그리고 이불 한 채.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인지 그의 몸무게는 60㎏까지 빠졌다.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그는 더 위축됐다. 허경민은 그래도 “체격은 작았지만 체력은 셌다”고 한다. 부모님이 뱀을 제외한 온갖 보양식을 끊임없이 챙겨주신 덕이었다. 두산 내야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김동주, 손시헌, 이원석, 오재원, 김재호 등등 백업까지 꽉 차 있었다. 반면 팀 동기인 정수빈은 1군 붙박이가 됐다. 대표팀 동기 안치홍(당시 KIA) 또한 데뷔 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나도 저 친구들과 똑같이 야구했는데…”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결국 구단의 권유로 프로 입단 1년 만에 입대했다. 경찰청 입단이었다. 허경민은 “나태해질 것 같아서 2군 경기를 1군 경기라고 생각하고 정말 악착같이 뛰었다. 2년 간 빠진 경기가 10경기 미만”이라면서 “경찰청 2년 동안 경기할 수 있는 체력이 생겼고 내 야구가 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때 정말 1군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스물 다섯, 한국시리즈에 처음 서다
경찰청 제대 뒤 원하던 1군 선수가 됐지만 백업 위치였다. 3시즌 동안 2루수, 유격수 등등 내야 빈 곳을 오갔다. 2015시즌 초 드디어 기회가 왔고 그는 붙박이 3루수를 꿰찼다. 그의 나이, 20대 중반이었다. 허경민은 “20대 초반에는 프로 무대에 적응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면 20대 중반 즈음에는 성장의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전년도보다 성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두산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면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2015년 한국시리즈 5차전 때다. 프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첫 우승의 감격까지 누렸다. 당시 허경민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기록(21개)도 세웠다. 그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3루에서 마운드로 뛰어가는데 마치 발에 날개라도 달린 듯 날아갔다”고 했다. 그렇다면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때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데 발에 납주머니를 단 것” 같았단다. 그래서 “준우승은 너무 싫다”고 한다.
서른, 7년의 야구를 보장받다
내부 자유계약선수에게는 아주 박했던 두산이었지만 허경민만은 예외였다. 7년 85억원. 연평균(12억1428만원)에서는 롯데에서 영입했던 장원준(21억원·4년 84억원)에 뒤지지만 총액 면에서는 1위다. 그만큼 경기 안팎으로 두산에 필요한 존재라는 증거다. 더군다나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공격이 아닌 수비로 더욱 빛나는 선수다. 허경민은 “7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다”면서 “내가 잘해야만 팀 후배들도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이어 “타격 기록 같은 눈에 보이는 업적이 아니라 수비와 팀 융화에 대한 기대치로도 큰 계약을 딸 수 있다는 것을 리그에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절친한 친구인 정수빈(6년 56억원)은 팀에 남았으나 오재일(삼성·4년 50억원), 최주환(SK·4년 42억원)이 이적한 것은 마음이 아프다. 특히 오재일에 대해서는 “지저분한 공도 1루에서 잘 받아줘서 참 고마웠던” 선배였던 터라 “삼성 내야수들이 부럽다”고 했다. “누가 1루를 보든 잘 잡을 수 있게 스프링캠프 때 송구 연습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물론 잊지 않았다. 허경민은 “야구가 싫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공을 쳤을 때의 재미와 타자를 잡았을 때의 짜릿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액의 계약 뒤에도 그는 잠실야구장 출근 도장을 매일 찍었다. 작은 체구의 그가 일궈놓은 큰 길이 후배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잘 아는 허경민이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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