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명 테니스 선수, '미투' 폭로 후 삭제…"전 부총리가 성폭행" - 머니투데이

펑솨이/사진=AFP

중국에서 공산당 고위층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사건이 처음 발생했다. 폭로자는 중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 펑솨이(35)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펑솨이는 전날 오후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장가오리(75)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사건은 장 전 부총리가 톈진에서 당 서기로 근무하던 2007~2012년 발생했다. 펑솨이는 " 장 전 부총리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테니스를 치자며 나를 집으로 초대했고, 성폭행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펑솨이는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당시 울면서 줄곧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펑솨이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장 전 부총리와 내연 관계였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사실들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인정하며, 장 전 부총리가 두 사람의 만남과 관련된 대화 내용이 녹취될까 우려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를 향해 "그쯤 되는 지위에 있는 당신이라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불꽃에 달려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일일지라도 나는 진실을 말하겠다"고 했다.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사진=AFP

펑솨이의 미투 게시글은 몇 분 뒤 삭제됐지만 메신저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펑솨이 이름 검색이 차단됐으며, '테니스'라는 단어까지 검색할 수 없는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현지 매체들도 펑솨이의 미투 주장에 대해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국무원도 관련 의혹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간 유명 앵커, 대학교수 등에 대한 미투 운동이 벌어졌지만 공산당 핵심 인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전 부총리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으며, 2018년 은퇴했다.

WP는 "중국 고위 관료에 대한 공개적인 성폭행 고발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펑솨이의 이례적인 미투 주장으로 중국은 충격에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NYT는 "중국에는 지위를 악용해 여성들에게 성적 호의를 얻으려 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전통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펑솨이는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테니스 스타로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 오픈에서 복식 우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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