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벤치 지키면서 경기했던 곳
삶의 일부분 사라진 느낌”
“너무 아쉽다”고 했다. “삶의 일부분이 사라진 느낌”이라고도 했다. 에스케이(SK) 와이번스 왕조를 일궜던 그였기에 충격파는 더할 듯하다. 현재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고문으로 있는 김성근 전 에스케이 감독은 27일 오전 〈한겨레〉와 국제통화에서
에스케이 와이번스 매각에 대해 “설마 했는데…코로나19 쇼크보다 더 크다”는 상실감을 드러내며 “야구의 가치관이 위기가 온 것 같다”라고 했다. 쌍방울 레이더스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해체도 지켜봤던 그다. 에스케이의 경우 앞선 구단들과 달리 모그룹 재정 상황과는 상관없는 매각이라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다. 김성근 전 감독은 2006년 말 에스케이 사령탑으로 부임해 2011시즌 도중 신영철 사장과의 갈등 끝에 중도 사임할 때까지 한국시리즈 3차례 우승(2007년·2008년·2010년), 한 차례 준우승(2009년)을 일궈냈다. 그가 맡았던 4년 반 동안 계속 프로야구 최고 무대에 섰고 중도퇴임했던 2011시즌 때도 팀은 선두권 경쟁을 했던 터라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랐다. ‘에스케이 왕조’ 하면 김성근 전 감독을 빼고 설명할 수가 없다. 지도 방식에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김광현, 최정, 정근우 등이 그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면서 리그 톱 선수로 발돋움했다. 김 전 감독은 이날 그동안 숨겨왔던 에스케이 사령탑 공식 데뷔전 얘기도 꺼냈다. “2007년 개막전 당시 혈압이 올라 경기 시작 전까지 더그아웃에 거의 누워있었다”고 했다. 시즌 중에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다음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운동장을 나와 진통제 6~7알을 삼키면서 경기를 지휘했다. 김 전 감독은 “에스케이 감독이 되고 첫 기자회견 때 처음으로 ‘우승’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것은 세상과의 약속이었고 꼭 지키고 싶어서 아프다는 말을 못 꺼냈다”면서 “에스케이 야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고민했고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에스케이 야구가 그의 눈물을 닦아줬고, 그의 눈물은 에스케이 야구가 닦아냈던 터. 지도자 데뷔 이후 우승이 한 번도 없던 그가 65살의 나이로 처음 우승컵을 들었던 팀, 에스케이는 이제 한국 야구사에 영원히 박제된 팀으로 남게 된다. “4차례나 우승했던 팀을…”이라며 그는 자못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근 전 SK 감독. 김정준 〈SBS〉 해설위원 제공
김성근 전 감독은 “야구, 더 나아가 스포츠의 위기”라고도 했다. 야구단이 1300~1400억원(매각대금)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아주 환영할 일이지만 이는 야구단이 아닌 모그룹으로 가는 금액”이다. 그 과정에서 야구단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역사는 사라진다. 김 전 감독은 “스포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과정의 프로세스다.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인내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경시되는 게 안타깝고 사회 지도층의 인식 또한 많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어 “너무 쉽게 과정을 버리고 결과를 버린다. 그들이 무엇을 버리고 있는지 알았으면 한다”고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지택 신임 총재와 야구계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점점 기업들이 야구와 멀어질 것 같다”면서 “모그룹의 지원 없이 야구단만 갖고 운영될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 일본으로 출국 뒤 자가격리중인 김성근 전 감독은 28일 밤 격리가 해제된 뒤 31일부터 소프트뱅크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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